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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회원가입이 안 되서 올리는 글 시사

딴지에 올리려 했더니 회원가입이 안된다 ㅁㄴㅇㄹ... 일부러 딴지체(?) 흉내내려 한 게 의미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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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사건, 닥치고 사과하라


 나꼼수 비키니 사건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다.
 무슨 사건인지 소개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진 않으니 서론은 링크로 대신하겠다.


 까놓고 말해서, 봉도사나 나꼼수 제작진이 성희롱한 거 아니다. 저건 그냥 웃자고 한 농담 맞다. 적어도 남자인 내가 봤을 때는 분명히 그렇다. 웃자고 한 농담인데 죽자고 달려드는 거다.

 근데, 웃자고 한 농담에 상대가 죽자고 달려들 때의 가장 상식적인 대응이 뭔지 알고 있나?
 
 일단 사과하고 보는 거다.

 이 글 읽는 독자들도 한번 자신들의 기억을 되돌려보라. 난 웃자고 한 소리인데 듣는 친구가 펄펄 뛰기 시작했다. 그럴 때 보통 어떻게 대응했나? 같이 펄펄 뛰었다던가 그 친구랑 절교했다는 사람이 있다면 용자라고 불러주겠다. 보통은, 얘가 왜 이렇게 열내는지 이해는 안 되도 일단 사과하고, 상대가 열이 내려가면 논리는 그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남자들 중에 저거 여자들이 왜 화내는지 이해한다고 자신하는 사람 있나? 
 거의 없을 것이고, 나도 그렇다. 그리고 시꺼먼 남정네들로 이루어진 나꼼수팀도 마찬가지일 거다. 심지어 그 진중권씨조차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만은 논리적 설명 같은 거 안 하고 있다. 

야생의 진중권..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쟤네들이 왜 분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걸 인정하고, 전제로 깔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언젠가는 우리 마음 속 마초근성이 사라지고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온 인류가 하나되어 사고와 개념의 차이가 사라지는 낙원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이 오늘은 아니다. 지금 당장 여자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전제하고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이러면 이해할 수 있겠지... 아마도.

 상대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나 감성적 관점으로 행동할 때, 그에 대한 대응은 사실 둘 뿐이다. 상대의 관점을 인정하느냐, 무시하느냐.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저 사람이 저렇게 생각하는 데는 분명히 올바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과, 이해불가능의 헛소리로 치부하는 것. 이 두 가지다. 이것 외의 선택기는 사실 거의 없다. 뭘 알아야 선택기를 찾을 것 아닌가? 아, 물론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이해하면 제일 좋지. 그게 안 된다는 전제 하에 이 글 쓰고 있는 거다. '왜 안 되냐'라는 질문은 하지 마라. 답할 자신 없다.

 그리고, 공지영씨가 말했듯이 지금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꼼수 지지자다. 우리 이웃이고, 같이 MB를 타도하고 이 나라에서 같이 살아가고, 극히 낮은 확률로 우리의 여자친구나 연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면,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일단 그 주장을 인정해주는 게 옳다고 본다. 물론, 나꼼수팀이 '저건 그냥 인류에 도움 안 되는 일부 꼴페미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판단을 내린다면 막을 권리는 없지만.

 물론 '이해하지도 못한다면서 사과하는 걸 진심이라고 할 수 있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말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이해가 안 되면 상대의 관점을 닥치고 인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혹은 닥치고 부정하거나). 연애할 때 여자들이 화내는 이유를 남자들이 전부 이해하고 사과할 것 같나? 몰라도 그냥 일단 사과하고 보는 거다. 안 그런 사람 있나? 있다면 손들어봐라. 지금 솔로인 사람 빼고.

 약간 논리적으로 보일듯한 비유를 들자면, 나는 기독교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존재한다는 증거도 없는 신을 어떻게 철썩같이 믿을 수 있는지, 보면 신기할 다름이다. 하지만 일부(라고 하기에는 좀 많은) 개독들을 빼고 보통의 신실한 기독교 신자들의 관점은 인정한다. 아마 이건 극단적인 무신론자가 아니면 대부분 그럴 거다.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흔한 일이고,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지금 나꼼수에 분노하는 여자들도 그건 이해해줘야 한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정봉주 입장에서는 저거 어떤 성희롱적 의도도 없이 한 말 맞다. 왜 여자들이 들고일어나는지 이해하기 힘들 거다. 진짜로. 그건 아무리 마초근성을 내려놓으려고 해도, 여자들을 이해하려고 해도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괜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아니다. 세상에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러니까, 나꼼수측이 사과했을 때 '그래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라는 말만은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거 진짜로 무섭다.

P.S> 그리고 딴지일보는 이거(http://www.ddanzi.com/blog/archives/61652)에 대한 대응도 빨랑 처리해라. 내가 보기엔 비키니보다 이게 훨 심각하다.

MMORPG의 커뮤니티와 사회적 상호작용 게임/TRPG

상호의존적 MMOG

얼마 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http://thug.egloos.com/4933428

 간단히 요약하자면, 와우와 같은 MMOG가 갈수록 상호 의존이 불필요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게임 내의 커뮤니티와 사회적 요소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본문 자체는 좀 극단적이고 올드 RPG 매니아 특유의 편항된 시선이 없다고 하기 힘들지만, 최근 MMORPG의 변화 방향과 근본적인 특징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본문에서는 MMOG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MMORPG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며 이 글에서는 MMORPG로 통일한다 -_-)

 사실 와우 같은 MMORPG가 솔로잉 프랜들리(본문 표현에 따르면) 추세로 가고 있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그런 게임을 원하는 유저가 많기 때문이다.
 이 점은 댓글에서도 지적한 사람이 있고, 현재 MMORPG의 추세를 보아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MMORPG가 사회적 상호작용의 필요성을 줄이고, 플레이어 하나하나가 싱글 플레이어 게임의 주인공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것이 좋은 방향일까?

 내 생각은 No다.

 세상에는 게임이 MMORPG만 있는 게 아니다. 강력한 컷씬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지존이 될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댓글에서 언급된 데로, 게임 유저들 중에는 현실과 같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가 아닌, 강력한 힘을 가진 고독한 늑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임이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일 것이다.

 
 나는 MMORPG는 유저들끼리의 상호작용과 커뮤니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버/클라이언트로 구성된 네트워크 기반의 게임이 아무리 날고 뛰어본들 액션과 연출에서 싱글플레이 게임을 넘을 수는 없다. 인스턴스 필드니 스테이지니 하는 기법을 아무리 동원해도, 원래부터 한 명의 플레이어를 위해 만들어진 월드보다 더 강력한 스토리 몰입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없다. MMORPG가 커뮤니티와 상호작용을 버리고 다수의 유저가 접속하는 싱글플레이 게임을 만들어서는, '진짜' 싱글플레이 게임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대충 두 가지 정도의 반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


 Q: 싱글플레이 지향 플레이어라도 남들과 함께 게임을 하거나, 다른 유저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성향상 '고독한 늑대' 스타일인 유저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은 많을 텐데, 혼자 게임하는 게 좋으면 콘솔게임이나 하라는 건 너무 극단적이다.

 A: 바로 그런 성향을 이용해서 성공한 게임이 있다. 싱글플레이 PC 게임이지만 멀티플레이를 옵션으로 지원하고, 같은 게임을 하는 유저들간에 순위를 매기거나, 함께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우월한 캐릭터를 마음껏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함으로서 한 시대를 거의 지배했고,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게임이다.

 디아블로나 던전앤파이터 같은 게임은 분명히 멀티플레이 게임이지만 상호작용이나 커뮤니티가 게임에 주는 영향은 별로 없다. 그냥 파티를 모아서 던전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껏 휘두르면서 즐기면 그만인 게임이다. MMORPG가 계속해서 커뮤니티와 상호작용의 의존성을 낮추고 솔로잉 친화적인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 그 종점은 이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실제로 현재 새로 개발되고 있는 게임들은 갈수록 캐쥬얼한 멀티플레이 액션게임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국내는 블소나 아키에이지가 있지만, 해외에는 새로 나오는 정통파 MMORPG는 거의 전멸분위기. (뭐 예전에도 와우 빼고나면 별로 없었지만)


 Q: 커뮤니티를 무시하라는 게 아니고, 커뮤니티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유저는 하고 싫은 유저는 떨어져서 고독한 늑대 플레이가 가능하게 둘 다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일단 둘을 양립시키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전제를 깔아버리면 이 글뿐 아니라 원문까지도 무의미한 글이 되어버린다. 당연히 정답은 '둘 다 하면 되지' 다 -_-;;


 뭔가 쓸데없이 긴 글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원문에 대한 내 의견을 정리하자면..


 '사회적 상호작용과 커뮤니티성은 MMOG(특히 MMORPG)만이 가지는, 다른 게임에서는 흉내내기 힘든 강점이다. 남의 떡이 더 크다고 해서 자기 장르의 고유한 장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싱글플레이 요소를 강화하는 건 결국 MMORPG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가져오지 않을까?'


정도가 될 것 같다.

P.S> 사실 개인적으로 원문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말은 'mmo 커뮤니티가 가상 세계에 대한 화합적 비전보다는 통계와 숫자에 의존하여 디자인 된다는 점이다' 라는 부분이었다. mmo 커뮤니티만이 아니라 게임 전체가 갈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물론 산업 규모가 커지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보궐선거 결과와 진보세력의 미래 시사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는 일단 보기에는 잘 된 것 같지만, 야권통합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최악에 가까운 결과가 되었습니다.

다른 곳, '천당 아래 분당'과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강원에 민주당 텃세가 강한 곳에서 민노당으로 나간 순천에서도 이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진보세력이 패배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야권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있었던 민주당과 참여당의 줄다리기 때문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유시민 책임론이 불거질 것입니다. 그리고 진보세력 전체가 김해 패배의 책임을 놓고 둘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유시민이 쓰러지고 나면, 결국 민주당과 다른 진보정당 모두와의 싸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보대분열이 시작되는거죠.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유시민 책임론이 대세가 되면서 참여당의 입지가 약해짐.
 하지만 참여당이 민주당에 통합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참여당은 민주당이 '옳지 않다'라고 판단해서 떨어져 나온 당이기 때문입니다. 별도의 글로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10만명이 모이든 100만명이 모이든 권력이나 힘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은 압박할 수 있어도 '옳고 그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참여당과 민노당/진보신당은 대부분 후자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2. 유시민 대표의 무력화.
 책임론에 물타기해서 진보세력을 분열시키려는 조중동 및 보수세력의 선동과 경쟁자를 쫓아내고 싶어하는 민주당의 계산, 적절한 상황이 맞아떨어진다면 가진 세력이 없는 유시민이 무력화되는 건 가능성이 꽤 높은 일입니다.

3. 민주당과 민노당/진보신당간의 파워게임 시작
 최대 경쟁자를 집에 보내버린 민주당이 더 이상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 양보할 필요는 없어집니다.

4. 위기의식을 느낀 민노당/진보신당과 참여당의 연합.
 ->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세력간 연합. 하지만 이 연합 자체도 이념적인 합의가 아닌 정치공학적 연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그 목적이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면 더 이상 나쁠 수는 없겠죠.

5. 총선/대선 필패구도 완성.
 한나라당(박근혜) vs 민주당(손학규) vs 진보연합(유시민 혹은 누군가) 의 3파전은 완벽한 필패구도입니다. 아마 민주당과 기타 진보연합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한나라당을 상대할 여력조차 없을 겁니다 -_-. 그리고 둘 다 똑같이 말하겠죠. '진보대통합이 시대의 염원인데 왜 너희는 우리 밑에 안 들어오고 우리 표 뺏어가냐?'

이제 진보세력들의 능력과 이상이 2011년 최대의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긴 한데 참 걱정되는군요...


테라가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제점들(2) 게임/TRPG

 이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쓰는 글입니다.
 전의 글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라 딱히 올릴 곳을 못 찾고 자게에 올렸었는데, 이번에는 클래스와 파티플 관련이라 이쪽 게시판으로 옮겼습니다 -_-;

2. 클래스와 역할 분담

 RPG는 Role-Playing Game의 약자로, 한글로 번역하면 '역할 연기 게임' 정도가 됩니다.
 게임 속에서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맡아 그것을 수행하는 게임인 것이죠. 이것이 RPG 게임의 가장 간단한 정의(justice 아님) 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RPG의 'role'은 직업 역할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업이 나누어져 있고 다른 직업의 캐릭터들이 모여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거의 대부분 직업에 따른 역할이 나누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탱커, 딜러, 힐러의 역할분담이죠.
 
 이런 뻔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직업별 역할 분담이 RPG 게임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직업별 역할 분담이 있는 RPG 게임을 만들 때는 그 직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 직업으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할 때의 재미 요소가 무엇인지를 가장 밑바닥에 놓고 생각하면서 게임 시스템을 짜야 합니다.

 역할 분담이니 재미 요소니 하는 것들은 게임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사실 게임 기획/디자인 관련서적에나 나오는 이론적인 이야기이고, 필드에서 게임을 만들 때는 별로 생각할 일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계부를 쓰면서 1+1이 왜 2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체계화된 구조를 그냥 가져다 쓰면 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WoW같은 게임에서는 직업과 역할 분담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통적인 RPG 게임의 시스템은 컴퓨터라는 물건이 나오기도 전부터 확립되어 있었으니까요. 

 테라가 리니지나 와우와 비슷한 게임이었다면 마찬가지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테라는 논타게팅 MMORPG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이 경우에는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갈 수 없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부터 하나하나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테라는 바로 이 부분을 놓쳐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테라에서 탱커의 역할은 무엇이며, 탱커가 탱킹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요소는 무엇인가'를 하나하나 고민한 게 아니라, 그냥 리니지나 와우의 탱커 개념과 스킬을 들고와버린 거죠. 딜러나 힐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테라에서 힐은 논타겟팅이라서 아군을 조준하고 써야 합니다. 대부분의 몬스터보다 플레이어가 더 작기 때문에, FPS 게임에서 스나이퍼를 하던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은 사제입니다. 움직이는 타겟을 조준하고 쏘는 게 힐러를 선택한 유저에게 재미요소가 될 수 있을까요?


 테라는 몬스터의 공격을 무빙과 컨트롤로 피하고 막는 몬헌류의 액션과 탱딜힐이 철저하게 구분되는 와우식의 RPG 직업 시스템을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하나의 게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거의 따로 놀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몬헌 MMORPG 버전을 만들고 싶어하던 개발진이, '리니지식 RPG 스타일 아니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힘들어'라는 현실적(?)인 지적 때문에 전통적 RPG식 역할분담과 파티 시스템을 대충 구겨넣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테라에 존재하는 직업간 밸런스 문제, 파티 문제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옵니다. 검투사의 회피탱의 경우, 회피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는 액션 게임의 특성에는 맞지만 와우/리니지식 파티플에서는 단점입니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몹이 별도의 패턴이나 스킬을 가지지 않은 이상 딜러와 힐러가 말뚝딜을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파티퀘스트 강요의 문제도 여기서 나옵니다. 사실 액션게임으로서의 테라는 파티 같은 시스템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거기에 보편적인 MMORPG식 파티플레이를 끼워넣으려 하니 자연스럽게 들어가지가 않고, 그럼 방법은 '강요하는 것'밖에 남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테라에서 물약을 상점에서 팔거나 제작스킬로 만들 수 있다면, 힐러라는 직업군은 게임에서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약을 구하기 힘들게 만들어서 강제로 힐러를 파티에 끌고가도록 해버린 것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테라는 두 개의 게임으로 분리되어버린 상태입니다. 무사나 검투사, 광전사 유저들은 몬스터헌터를 찍고 있고, 창기사-사제-3원딜로 구성된 파티는 그냥 와우와 똑같습니다. RPG와 액션이 결합된 게임이 아니라, RPG 게임 따로 액션게임 따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개발사 입장에서는 슬픈 이야기지만, 어렵습니다. 맨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듯이, 역할 분담은 RPG의 기반이 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기반을 바꾸면, 그 위에 쌓아 둔 모든 것을 다 갈아엎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개발사도 이 점을 인식하고는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왜 탱딜힐 파티시스템을 만들자고 우겨서...'라며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몇 명은 있을 것 같습니다 -_-)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직업이 있고 역할 분담이 있다고 해서, 그 역할이 반드시 탱킹-딜링-힐링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역할의 분담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파티플레이를 유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 방패를 사용하는 탱커에 가까운 클래스인 피오나는 도발도 어그로기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오나는 테라의 창기사처럼 방패를 들고 몹 앞에 서서 몹의 공격을 유도합니다. 카운터라는 '방어에서 연계되는 공격'을 통해서 '그로기'라는 상태이상을 만드는 것으로 몹을 제어하고 다른 딜러들이 더 쉽게 공격을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창기사를 피오나처럼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에 맞는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이고, 기존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 때는 (보통 리니지 비슷한 게임/와우 비슷한 게임을 만들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게임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 즉 재미 이론이나 역할 분담의 정의 같은 이론서적에만 있던 개념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법들 중 하나는, 탱딜힐의 개념을 없에는 대신 각 직업마다 그 직업의 특색에 맞는 '최대 화력을 뽑을 수 있는 조건'을 두고, 다른 직업들의 도움을 통해서만 그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만이 몹을 넘어뜨릴 수 있고, 다른 직업 중에 넘어진 몹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이 두 직업은 서로 연계해서 플레이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두 직업은 연계 없이도 몹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연계한다면 각각 따로 싸울 때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겠죠. 혹은 마법사에게 강력하지만 시전 시간이 굉장히 길고 시전 중에도 어그로를 대량으로 끄는 마법을 주고, 다른 클래스에게는 주문이 완성될 때까지 마법사에게로 달려가는 몹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준다거나 하는 식도 가능합니다.


 테라에서 지적된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액션 시스템과 역할분담 시스템이 따로 노는 구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입니다. 이 부분만 해결할 수 있다면 테라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요... -.-;


 두서없는 글 두번째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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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회사 게임에 이런 글 써도 되냐 싶긴 하지만... 뭐 전 기획자가 아니니 '관계자의 글'은 아닌 겁니다! (.....)


테라가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제점들(1) 게임/TRPG

인벤에 올린 글 붙여넣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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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오베를 마치면서 느낀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키워본 캐릭이 25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고렙 컨텐츠에 대해서까진 모르겠고.. 그냥 제가 보고 들은 범위 내에서 생각한 부분들입니다.

1. 스토리

 개발진도 이야기했듯이 스토리텔링은 현재 테라의 최대 약점 중 하나입니다.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를 찾는 것부터가 난관일 만큼 총체적으로 상태가 안 좋죠.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그 월드 전체를 관통하는 갈등을 만드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테라의 공홈에 있는 세계관을 보면, 일단 세계관에서 나오는 갈등이 지나치게 일차원적입니다. 나쁜놈은 하나고, 그 나쁜놈이랑 싸워야 하는 상황.

 사실 이거야 중간중간의 이야기에 가지를 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만, 더 큰 문제는 그 일차원적인 갈등조차도 현재의 세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설정상으로야 아르곤이랑 연합이 싸우고 있다지만, 당장 플레이어들이 겪는 이야기는 '경비병이 없어서 날뛰는 일반 몬스터들 정리' 입니다. 즉, 플레이어는 테라 월드의 세계관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퀘스트 스토리라인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습니다. 세계관이 갈등을 만들고 갈등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가 퀘스트가 되는 것인데, 당장 플레이어가 세계관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으니 넣을 이야기가 없고, 그러니 식량 구해와라 몹 잡아라 하는 단순한 퀘스트밖에 만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나마 그 단순한 퀘스트와 이야기들조차도 제대로 된 기승전결 구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게임을 진행하며 읽을 수 있는 건 뭐든 읽고 지나가는 타입입니다만, 여명의 정원 퀘를 완료하고 그 지역을 졸업할 때까지 여명의 정원이라는 곳이 뭐하는 곳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뭔가 신들의 보물이 있다. 그걸 찾으러 부대가 파견되었다. 그 이상의 정보를 아무데서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여명의 정원이 뭐하는 곳인지에 대한 설정은 결국 공홈의 세계관 설정에서 보고 알게 됐죠.
 게다가 플레이어는 여명의 정원에 관련된 핵심적인 이야기는 아무것도 건드려보지 못하고 지역을 떠납니다. 플레이어가 여명 퀘 졸업할 때까지 하는 일이 뭐가 있나요? 원정대 기지 주변 청소하고, 식량 수집하고, 조사 방해하는 애들 찾아서 조지고... 그리고 끝입니다. 여명의 정원에 들어가기는커녕 그게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끝나는 겁니다. 기승전결의 전결이 없는 상태에서 끝나는 이야기인거죠.

 물론 메인 스토리는 상용화 이후의 고레벨 컨텐츠를 위해 남겨놓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판타지 소설을 예로 들어봅시다. 주인공이 용병단에 들어가서 여기서 오크 열마리 잡고 저기서 고블린 스무마리 잡고, 어디 가서 산적 서른명 잡고 1권이 끝나는 이야기를 출판사에 들고가서 '이 소설의 복선과 세계관은 원래 졸라 멋진데, 장편으로 쓰기 위해 아껴놨다가 3권쯤에 풀 거예요' 라고 하면 출판사에서 뭐라고 할까요? '니마 즐' 하고 원고를 던져버리겠죠. 그런 소설을 3권을 기다리며 사 보는 사람도 없을 테고요.
 애초에 중심 스토리가 고레벨에서 진행된다고 해서 저레벨 때 세계관의 메인스트림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으로 테라는 세계관과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고, 스토리와 퀘스트도 연결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아마도 이런 구조는 기획자나 시나리오 작가 개개인의 능력 부족보다는 개발팀의 조직 구조상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계관 설정 따로 짜고, 퀘스트라인 따로 짜고, 종족설정 따로 하고 월드 디자인 따로 하면서 각 파트가 일주일에 한번 회의할때나 모이면서 전혀 의견 공유 없이 따로 노는 구조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벨리카 입성할 때 나오는 동영상같은 걸 보면, 세계관 설정 담당과 캐릭터 설정 담당, 컷씬 연출 디자이너도 서로 한장짜리 기획서만 주고받으며 따로 논 것 같더군요. 이렇게 되면 아무리 디자이너가 능력 있고 연출에 공을 들여도 결국 잘 만든 '국어책 읽는 동영상'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쓰라고 갖다준 대본이 국어책인데 어쩌겠습니까... -_-

 테라가 스토리를 강화하려면, 먼저 테라의 세계관을 좀 더 다듬고, 기획/디자인팀 전체가 그 세계관과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공유해야 합니다. 더 좋은건 전원이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내놓는 작업에 참가하는 거죠. (게임/영화업계에서는 집단창작이 트렌드입니다) 그렇게 해서 모든 기획과 디자인 - 스토리라이터에서 퀘스트 디자이너, 레벨 디자이너, 캐릭터 그래픽, 맵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모두가 테라의 세계관과 스토리, 컨셉을 공유하고 그 세계관에서 자신의 역할에 필요한 부분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테라에 아직도 개발비를 더 쓸 여력이 남아 있다면, 초반 퀘스트와 스토리를 전부 리모델링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각 종족별로 시작 포인트와 초반퀘를 다르게 하면 각 종족의 특성과 문화, 그 종족의 이야기와 갈등을 보여주면서 튜토리얼도 겸하기에 좋죠. 와우가 이 방식에서 거의 완성에 도달했죠 -_-;
 테라에 이 방식을 적용할 경우의 예시는.. 다른 분이 좋은 예를 들어주셔셔 링크합니다.

 http://rewrite.egloos.com/4527965

 하지만 억지로 시작 포인트를 하나로 묶어버린 것으로 볼 때 이미 내부적으로 '종족별 스타팅 포인트를 다 따로 만드는 건 낭비다'라는 결론이 나와버린 듯 한데, 그렇다고 해도 종족별 특성이나 각 종족의 이야기를 녹여넣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정대 본부 내에서 종족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플레이어가 그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각 종족의 거주지를 돌면서 그 종족에 대해 알게 되는 식이라던가요.

 위에 쓴 것은 예시일 뿐이지만, 기본적으로 초반 퀘스트들은 세계관과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속한 세력,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세계관의 메인스트림으로 이어지는 것이 정석이죠.

 어떻게 하던 간에 테라의 초반부 스토리는 대규모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초반 퀘스트는 게임에 들어온 유저들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부분인 만큼, 몇 시간만에 지나간다고 소홀히 할 만한 부분이 아닙니다. 엔씨의 아이온의 경우도 오베 때는 엉망진창이었습니다만 (천족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초반부 지역을 졸업하고 용병단에서 나갈 때까지 주인공이 속해 있던 용병단이 뭐하는 곳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_-) 계속해서 수정과 보완을 거쳐서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 완벽한 상태인 게임은 없습니다. 솔직히 아이온의 오베 때와 비교한다면, 지금 테라의 스토리나 완성도는 칭찬해줘도 될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발견된 문제를 얼마나 개선해나가느냐 하는 것이죠. 아이온은 과감하게 게임을 고치고 발전시켜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테라의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2장에서는 파티플레이와 직업 밸런스에 대해 적을 예정입니다. 내일 출근해야해서 일단 여기까지...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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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뷁만년만에 올린 이글루 포스팅이 이런 거라니.. 쓰라는 글은 안쓰고 딴짓만 하는군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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